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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앞에서 찍은 사진!

아파트 시,아파트 앞에서 찍은 사진!

 

아파트에서 살면서 잘 안 찍게되는 나무 풀들!

코로나 여파일까?  이런 흔한 사진들도 소중한 장면이네요.   절대 밖에 나돌아 다니면 안될 것 같았던 2년의 악몽!

대통령이 바뀌고 다 풀어진게 아이러니네요!

 

아파트

맨 아래에서
맨 꼭대기까지
    
층마다
칸마다
    
벌통 속
벌처럼
들어 있는 사람들
    
오늘도
하루 종일
들락날락
    
무얼
갖다 날랐나?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아파트 독거

오늘은 종일 잘못 걸려오는 전화도 없어라.
동거자라곤 파리와 쥐와 바퀴벌레 뿐,
문득 파리를 귀엽고 작은 새라고 생각한다.
십오 평 공간은 그대로 크나큰 새장이고.
(박희진·시인, 1931-)


아파트와 사람

사람 위에 사람 살고
집 아래 집이 있는
포개어 살면서
남남이 낯선 얼굴
속마음은 싸맨 채
더듬이만 세운 달팽이집

마음의 문 겹겹이 잠그고
오는 길손 확인하며
저마다 갇혀버린
아득한 섬 하나

한줄기 물을 나눠 먹고
또 한줄기 불을 같이 켜도
마음은 아득한 사막
언제나 너무 먼, 거리의 고통
(강진규·시인, 서울 출생)


 아파트

인간이 스스로
살기 위해 만든
콘크리트 어항





사람이 있다

사람 밑에







숨어살기 좋은
생명 없는
콘크리트 숲
(용혜원·목사 시인, 1952-)


아파트의 오후

오후의 긴 햇살이 고층 아파트 난간에 걸려 너울거린다
어디선가 아이들 떠드는 소리, 우는 소리
이것이 사람 사는 모습인가 여기면서도
금세 쓸쓸해지는 나는
어느 귀 큰 사람의 자식이었던가

적막하다 아파트 숲은,
저 많은 창마다 밤이면 별을 삼킬 듯
등불이 켜지고
창문 한 번 신통히 열어 보지 못한
내 삶은
지금 뉘 집 문 밖의 등불로 흐를 수 있을까!
(이영춘·교사 시인, 강원도 평창 출생)


아파트에 사는 변  

밤에 보이는
아파트 군락은 상어의 이빨
등불이 꺼지면
이집트의 피라미드이다

제 그림자에 놀라는데도 익숙해진
아파트 사람들
사람 위에 사람이 쌓이고
사람 밑에 사람이 누워도
같은 꿈이 싫어
서로 서로 남남으로 살아간다

오직
필요한 건
밀폐된 공간 뿐

비밀이 없어도
비밀이 있는 것처럼 살아야
대접받는 인심
상어의 이빨인들
이집트의 무덤인들
상관 있을까
(김용언·시인, 1944-)


아파트 장터
  
화요일마다 고향을 싣고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는 장

까르푸, 이마트, 월마트, 킴스클럽,
박리다매 대형매장은 구청마다 세워지고
날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떠돌이 장은
누렁 잎 진 파 다발같이 말라가고
썰렁한 장터에 모여 앉은 장꾼들은
그저 영양가 없는 잡담에 시간만 죽인다

목포 생선, 광천 젓갈, 남원 목기, 백암 순대며
속초 건어물, 까지
장꾼끼리 흥정하며 깊은 밤까지 지키다
쌩돈 풀어 아파트 부녀회에 자릿세 주고는
망친 장사도 불경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민망해 하며 돌아간 빈터엔
놀이터 불빛만 어둠을 지킨다
(목필균·시인)


아파트 아이·1

김용택 아저씨의 동시
'동무 없으면'을 읽었다
"동무 없으면 / 냇가에 가서 고기들이랑 놀지
동무 없으면 / 강변에서 개구리들이랑 놀지
동무 없으면 / 마당에서 바둑이랑 놀지"

냇가도 강변도 마당도 없고
고기도 개구리도 바둑이도 없는
서울의 한복판 아파트 단지인데

"동무 없으면 / 집 뒤에 가서 혼자 감 따며 놀지
동무 없으면 / 밤하늘에 별들이랑 놀지"

감도 밤하늘에 별도
열리지 않는 곳에 사는
나는 정말 누구하고 놀아야 하나

'나랑 놀다가 / 그냥 자지 뭐
소쩍새 소리나 듣다가 그냥 자지 뭐'

그래 그래
컴퓨터 게임이나 하다가
그냥 자는 수밖에
(정세기·시인, 1961-2006)


아파트의 밤
  
시계 초침 소리가 크게 들린다
이웃들 변기통의 어수선함
쥐들은 하수통으로 들락날락
이 소리 저 소리
알아도 모르는 듯 눈감는
유리문을 닫아 건
아파트의 밤
달팽이의 고독 같다
밖의 장미들도 울고
분꽃도 피다 지며 우는,
심호흡마저 세탁해야 하는
칸막이 속에 갇힌 짐승
그런 미라의 형상들,
그 안에 컴퓨터 스크린이
24시간 열려 있네.
(이지영·시인)


아파트 - 어느 여고생의 노래

1
열세 평 우리 아파트 곗돈 부어 마련한 집
온 식구 다리 뻗고 돌아눕진 못해도
매몰찬 선인장처럼 뿌리 내려 사는 집.

할머닌 웃으실 거야 무모한 문명의 꿈을
철강과 시멘트의 서투른 약속으로도
외로운 사람을 위한 집이 될 수 있다는.

아파트는 양약처럼 달콤하고 씁쓸하다.
누군가 잘못 기른 한 마리 짐승처럼
때로는 한밤에 나와 금속성 울음을 운다.

三代의 체온이 지금, 나란히 누워 있다.
할머니는 민들레 핀 시골길을 그리워하며
어머닌 싯가 오르는 단독주택을 꿈꾸며.

아침이면 할머닐 두고
우리는 집을 나선다.
저승서나 걸려올 듯한 전화를 기다리며
하늘을 잃은 새처럼 갇혀 계실
우리 할머니.

아파트는 알고 있다, 간이역 같은 자신을
밤마다 熟識하는 식구들의 눈치를 보며
그러나 치러야 할
불입금만큼의 사랑...
(이우걸·시인, 1946-)


아파트보고서·1

당신들의 맨션아파트
당신들의 45평 90평
당신들의 외제 가재도구
당신들의 최고급 전자제품
당신들의 우아한 욕조
당신들의 홈 오토피아  

5층
4층
3층
2층
1층
벽, 바닥, 천장
그 콘크리트 속에는
뼈가 흩어져 있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죽음이 흩어져 있습니다.
5층에서 떨어져 머리가 부서진 목수 정씨의 죽음
전공 실습생 열 일곱살 김군의
작신 부러진 허리뼈  

외출 중 전화를 걸어
빈집에 불을 밝히는 사모님
지금 불을 밝힌 것은
홈 오토메이션 첨단과학이 아니라
어엿한 전공 김현수 군입니다.
김현수 군은
1년 동안 아파트 옥상 콘크리트 속을 뼛조각으로 떠돌며
실습생 노릇을 했으므로
이제는 어엿한 전공이지요.  

선생님의 맨션 아파트는 완공되지 않았습니다.
못다 붙인 거푸집을 마저 붙이기 위해
3·6짜리 합판을 어깨에 메고
목수 정씨는 아직도 1층, 2층, 3층…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고 있으니까요.

놀라지 마세요
당신들의 아파트는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김해화·노동자 시인, 1957-)


 아파트나무

인부들이 몰려와 땅을 파고 아파트를 심은 것은
고교입학 때였다 맨 먼저 커다란 파일이 내려가
지하 깊은 곳에 붉은 뿌리를 박았다
모세혈관 같은 철근들이 묶이고
제법 단단한 각질이 덧대어지기도 했다
시끄러운 소음과 분진을 광합성하며
자고나면 조금씩 높아지는 아파트,
그 위를 크레인이 내려다보며 키를 재곤 했다
건물 층층마다 유리가 끼워지자 가끔씩
저녁 해가 모서리에서 붉게 터졌다
어느 날부터는 커다란 광고가 이파리처럼 매달렸다
분양사무실 칠판은 곧 수확할 열매를 위해  
씨방의 규모를 세세하게 적어두었다
이웃 학교 녀석들과 패싸움을 하다가
공사 중인 아파트로 도망쳐 숨은 적이 있었다
미로 같은 곳을 겨우 빠져나와 돌아보니
아직 꽃피지 않은 아파트는 외로워 보였다
너무 큰 꽃은 그늘이 깊다고 하는 것 같았다
주먹의 상처가 가려워질 무렵
아파트 외벽에 밝은 색이 입혀졌다
고층 사다리차가 올라가 해바라기 씨 같은 짐들을
들여놓았고, 그날부터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펌프질되기 시작했다 그런 밤마다
밝고 노란 열매들이 매달렸다
단지 둘레는 낙과처럼 가로등이 즐비했다

아파트가 해를 가린 즈음부터 나는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아파트가 자라지 않는 외곽으로
이삿짐트럭을 몰고 꽃피러 떠났다
(윤성택·시인, 1972-)


 아파트 꿈

나는
아파트에다
토담집을 짓는다

아파트 사이사이로
돌아 나가는 강물이 있어
산책길에
내 발을 적신다

음악이 들리는 창문
장미가 피는 창문
라일락이 서 있는 창문은
모두 다 내 집이다

내 눈의 집

저녁달이 오르면
내 눈은 거대한 우주가 되어
아파트 위에 둥실 뜬다

내 눈은 이제


푸른 초원 비취는
구월 밤의
빛.
(김지하·시인,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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