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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시모음/이별에 관한 시


이별에 관련된 시를 모아 보았어요.

이별은 슬프지만 시는 아름답네요.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앙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영혼의 슬픈 눈

 

 

남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 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 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다시는 이별도 없고 / 김남조

 

마지막인 너

네가 떠나려는 길머리

두 손을 드리운 채

나는

할 말이 없다

 

가슴을 동여맨

낡은 옷가지

무명 한 겹의 감촉마저

깃털처럼 날아가면

빨갛게 벗은

내 알몸이 하나

 

도시

어처구니 없는 이 허약은

누구의 손을 거쳐

내게 물려진 겐고

 

마지막인 너를

영 너머까지 간다는 길머리에 섰는데

검은 머리 제멋대로 흩어지는

바람은 불고

그 무엇도 무심찮게

눈여겨 보이다니

 

눈도 제대로 귀도 제대로

손 마디마디 관절도 제대로

시퍼렇게 살은채

나만 남는다

 

다시는 이별도 없고

다시는 이별할 슬픔도 없고

 

 

이별 / 도종환

 

당신이 처음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는 이것이 이별이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내 안에 있고

나 또한 언제나 당신이 돌아오는 길을 향해 있었으므로

나는 헤어지는 것이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꾸 함께 있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이것이 이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별은 떠날 때의 시간이 아니라

떠난 뒤의 길어지는 시간을 가리키는 것인가 합니다

당신과 함꼐 일구다 만 텃밭을

오늘도 홀로 갈다 돌아옵니다

저물어 주섬주섬 짐들을 챙겨 돌아오면서

나는 아직도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당신이 비록 내 곁을 떠나 있어도

떠나가던 때의 뒷모습으로 서 있지 않고

가다가 가끔은 들풀 사이에서 뒤돌아보던 모습으로

오랫동안 내 뒤를 지켜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헤어져 있는 시간이 이렇게 길어가도

이 세상이 다 저물기 전의 어느 저녁

그길던 시간은 당신으로 인해

한 순간에 메꾸어질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이별 노래 / 이해인

 

떠나가는 제 이름을

부르지 마십시오

이별은 그냥 이별인 게 좋습니다

 

남은 정 때문에

주저앉지 않고

갈 길을 가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움도

너무 깊으면 병이 되듯이

너무 많은 눈물도

다른 이에게 방해가 됩니다

 

차고 맑은 호수처럼

미련없이 잎을 버린

깨끗한 겨울나무 처럼

그렇게 이별하는 연습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이별이 슬픔에게 / 공석진

 

이별이 슬픔에게 말하네

울지마라 울지마라

헤어짐은 절망이 아니다

 

차오르는 슬픔아

차라리 날선 시선으로

울컥울컥 심장을 찌르어다오

 

무력한 자존심이

바닥까지 비워지면

흐뭇하게 가슴을 내어주마

 

속절없는 상처야

단단히 아물어라

다가올 그리움 아프지 않게 



 

저만치 와 있는 이별 / 이정하

 

하루에 한 시간씩 덜

생각하자 합니다

하루에 한번씩 덜

떠올리자 합니다

 

당신은 모르십니다

그 한 번으로 인해

내 목줄이 얼마나 조여지는즈를

그 한 시간으로 인해

내 목숨이 얼마나 단축되는가를

 

하루에 한 시간씩 덜

생각하자 합니다

당신이 내게 하루에 한 시간씩

덜 살으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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