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여정

2013. 7. 1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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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여정



여정(旅情)


글 : 박동수

                        

두고 온 것은 마음뿐이었다

돌아오는 날 그대와

눈물겹게 고운 이야기로

밤을 새우리라

계절과 계절

사람과 사람

삶의 희비 속을 헤매며

돌아갈 줄 알았던 곳

다시는 갈 수 없다는 것을

미처 백년을 못 넘긴

늦은 날 알았다





초록의 6월이 갔다.

짙은 초록으로 펼쳐지던 6월 25일, 슬픈 날

핏물이 팅겨지는 전쟁으로 밀려 떠나며

다시 돌아와 초록의 평원에서 

고운 이야기를 다시 하리라 했다.

파란 빛 초록의 이야기를 하리라 했던

그곳에 이제는 돌이켜 갈 수없는,

사랑으로 일으킬 수 없는 메마른 황무지로

변한 6월의 기억. 

                                 

그리고 삶의 여정들을

두고온 사랑의 이별, 또 삶의 길거리의 애틋한

사연들을 두고 온 시간, 마음을 남기고 온 세월과 

기억에 돌아기리라 마음먹은 희망이

백년을 넘기지 못한 기원이 

어느 늦은 날

다시는 갈 수 없는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로 물든 6월이 그 때 두고 온 정조차도

기억을 못한 체 우리에게 다가왔다 가버린 새 6월

돌아갈 수 없는 한 낱 꿈일지라도

오늘

우리는 푸른초록에 물든 휏불을 들고

초록의 평화를 위해 사랑을 뿌리자

들아올 수 없어도 듬뿍 뿌리고 가는

旅情이 되기를 기원 하는거다.


 - 청학 수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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