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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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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얼마남지 않았어요.  올해 6월 1일은 지방선거일이라 쉬는 날이죠!

날씨도 더워서 옷도 짧은 티로 입을 정도로 여름이라는 계절로 달려가고 있어요.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길가를  걷다보면 6월은 너무 너무 걷기 좋은 계절인 듯 해요!  6월의 시를 읽으며 벤치에 앉아 잠시 따뜻한 마음을 가져보세요!!!

 

6월 - 김용택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6월의 시 -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6월의 언덕 -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

유월에 - 김춘수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밝아 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도 밝아 오는가
밝아 오는가
벽인지 감옥의 창살인지 혹은 죽음인지 그러한 어둠에 둘러싸인
작약
장미
사계화
금잔화
그들 틈 사이에서 수줍게 웃음짓는 은발의 소녀 마아가렛
을 빈 꽃병에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
한동안 이는 것은
그것은 미풍일까
천의 나뭇잎이 일제히 물결치는
그것은 그러한 선율일까
이유없이 막아서는
어둠보다 딱한 것은 없다
피는 혈관에서 궤도를 잃고
사람들의 눈은 돌이 된다
무엇을 경계하는
사람들의 몸에서는  고슴도치의 바늘이 돋치는데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는
하늘의 비늘 돋친 구름도 두어 송이
와서는 머무는가 

 
유월이 오면 -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햇살도 혼자 보고 있으면
사위는 저녁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다시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

 

6월 - 이외수 

바람부는 날 은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知天命)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그러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습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6월 -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덧,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유월은 - 나태주 

유월은
네 눈동자 안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화사한 네 목소릴 들려주셔요

유월은
장미 가시 사이로 내리는 빗방울처럼
화안한 네 웃음 빛깔을 보여 주셔요

하늘 위엔 흰구름 가슴 속엔 무지개
너무 가까이 오지 마셔요
그만큼 서 계셔도 숨소리가 들리는 걸요

유월은
네 화려한 레이스 사이로 내다보이는 강변
쓸리는 갈대숲 갈대새 노래 삐릿삐릿.....

유월은
네 받쳐든 비닐우산 사이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늘빛
비 개인 하늘빛 속살을 보여 주셔요

 
유월 - 김달진 

고요한 이웃집의
하얗게 빛나는 빈 뜰 우에
작은 벚나무 그늘 아래
외론 암탉 한 마리 白晝와 함께 조을고 있는 것
판자 너머로 가만히 엿보인다

빨간 蜀葵花 한낮에 지친 울타리에
빨래 두세 조각 시름없이 널어두고 시름없이 서 있다가
그저 호젓이
도로 들어가는 젊은 시악시 있다

 

깊은 숲 속에서 나오니
유월 햇빚이 밝다
열무우 꽃밭 한귀에 눈부시며 섰다가
열무우꽃과 함께 흔들리우다 

 
유월의 들꽃 - 박종영


낮은 산허리 감고 밋밋하게
떠도는 안개 사슬
푸른빛 밟고 가는 산천마다
풀국새 뭉개진 울음이
쑥 빛으로 물들고

밭둑 가 애기똥풀이
아장아장 걸어 나오면
더운 바람에 길 내어주고 비켜선
민들레 가벼운 웃음

그제야
등 시린 추억 등에 업고
그리움 밀어올리는 유월의 들꽃

유월의 살구나무 - 김현식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것도 없는가? 유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의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는가?
양산을 거꾸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양산의 가늘고도 긴 현을 두드리던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어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 
 
6월 - 김수복 

저녁이 되자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추억 속에 훤히 불을 밝히고
유월의 저녁 감자꽃 속으로
길들은 몸을 풀었다

산 너머로, 아득한 양털구름이
뜨거워져 있을 무렵,
길들은 자꾸자꾸 노래를 불렀다

저물어가는 감자꽃 밭고랑
사이로 해는 몸이 달아올라
넘어지며 달아나고, 식은
노랫가락 속에 길들은

흠뻑 젖어 있었다

 


 
6월엔 내가 - 이해인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유월    

유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유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강천산에 갈라네 - 김용택 


유월이 오면
강천산으로 때동나무 꽃 보러 갈라네
때동나무 하얀 꽃들이
작은 초롱불처럼 불을 밝히면
환한 때동나무 아래 나는 들라네
강천산으로 때동나무 꽃 보러 가면
산딸나무 꽃도 있다네
아, 푸르른 잎사귀들이여
그 푸르른 잎사귀 위에
층층이 별처럼 얹혀
세상에 귀를 기울인 꽃잎들이여
강천산에 진달래꽃 때문에 봄이 옳더니
강천산에 산딸나무 산딸꽃 때문에
강천산 유월이 옳다네
바위 사이를 돌아
흰 자갈 위로 흐르는 물위에
하얀 꽃잎처럼 떠서
나도 이 세상에 귀를 열 수 있다면
눈을 뜰 수 있다면
이 세상 짐을 다 짊어지고
나 혼자라도 나는 강천산에 들라네
이 세상이 다 그르더라도
이 세상이 다 옳은 강천산
때동나무 꽃 아래 가만가만 들어서서
도랑물 건너 산딸나무 꽃을 볼라네
꽃잎이 가만가만 물위에 떨어져서

 세상으로 제 얼굴을 찾아가는 강천산에
나는 들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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