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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가을에 어울리는시모음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어요.

가을하면 생각나는 가을시,가을에 어울리는모음을 올려요.

가을에는 영상만들기도 좋고 사진 찍기도 좋고 가을길도 너무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영상과 사진에 아름다운 가을시를  함께 올리면 더 좋겠죠.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낙엽 - 공재동

 

가을

나무들

엽서를 쓴다


나뭇가지

하늘에 푹 담갔다가

파란 물감을

찍어내어


나무들

우수수

엽서를 날린다


아무도 없는

빈 뜨락에


나무들이

보내는

가을의 엽서

 


가을꽃 - 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가을꽃 - 박성룡

 

차겁지만

그렇게 차겁지는 않게,

뜨겁지만

그렇게 또 뜨겁지도 않게,

가을꽃들 피어난다.


먼 길 가다가 외진 곳 들국화,

교정이나 단독주택 뜰귀의 살비아,

바람 센 들판의 코스모스 등속

식어가는 하늘가에 가을꽃들 피어난다.


벌써 또 한 해가 기우는가,

인생이 이우는가,

풀잎들 메말라가는 창틈에

차거운 바람 스미면서

저무는 해 재촉하느니



가을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단풍 - 김종상

 

빨갛게 익어가는 감을 닮아서

잎사귀도 빨갛게 물이 들었네.

감나무에 떨어진 아침 이슬은

감잎에 담겨서 빨강 물방울.

 

샛노란 은행알이 달린 가지에

잎사귀도 노랗게 잘도 익었네.

은행나무 밑으로 흐르는 냇물

은행잎이 잠겨서 노랑 시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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