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관한 시 |
비에 관한 시를 오늘 찾아 올려요. 다음에 꼭 써야 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오늘 오후는 비가 무척 많이 내린다는 소식이 들리네요 비가 내려서 천둥 번개까지 친다니 스마트폰에 어플 깔아 놓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날씨 잘 알아 보시고 우산 가지고 나가세요.
봄비 / 심훈
하나님이 깊은 밤에 피아노를 두드리시네.
건반 위에 춤추는 하얀 손은 보이지 않아도
섬돌에,양철 지붕에, 그 소리만 동당 도드랑
이 밤에 하나님도 답답하셔서
잠 한 숨도 못 이루시네
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생명의 비 / 김영은
나그네 등 떠밀어 거리로 내 몰듯
겨울을 보내고자
돌아서는 세월 앞세워
봄을 만나러 갔지
비 내리는 거리로
후두 둑 정적을 깨는 소리
끝없이 푸르러질 그곳 바라보니
놀라 자빠진 누런 들판이
황급히 자리 털고
빗속으로 달려가는데
서둘러야한다
봄의 속도는 알 수 없기에 붙잡을 수 없듯
그렇게 잴 수 없는 속도로
하늘에서 쏟아 져 내리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품고
황달걸린 들판과
스며드는 다른 계절이
환한 기척으로 깨나고 있다
봄비 / 나순옥
1
은침 하나 하나
맥을 짚어 꽂는다
찬란한 태몽 앞에
밀려 나가는 냉증
대지는 몸을 뒤틀며
입덧이 한창이다
2
호기심이 발동한
개구쟁이 눈빛이다
손톱 밑 까매지도록
땅거죽 헤집어
새싹들 간지럼 태며
키득키득 웃고 있다.
봄비 / 유순예
겨우내 움츠렸던 대지에는
비가 내립니다
아버지의 고추밭에도
비가 내린다 하십니다.
그 덕에 비닐하우스에서 길러낸 고추모를
내다심을 준비가 다 되었다 하십니다
야위었던 저수지가
볼 살이 도톰해졌다 하십니다
봄이면 입맛을 잃어버리는
아버지 허기진 가슴에도
비가 내린다 하십니다.
그 비에 밥 한 공기 다 비웠다 하십니다
빈 마당에서 홀로 늙어가는
배나무가 파릇해졌다 하십니다
봄비 / 박유라
봄비, 희고 조그만 이빨을 반짝인다
푸르스름 안개가 피어 오르는
저녁 식탁 위
능선들이 부드러운 산
윗입술과 아랫 입술 사이
목젖을 간당거리며
햇마늘 밭을 씹고 녹차 잎 새순을 씹고
강아지 한 마리 조용히 눈 감는
저 아슬한 길 끝
연둣빛 바다 잘근잘근
속절없이 부서져 내리는 봄,
사이렌이 내 입속 노랗게 중앙선을 끌고 간다
봄비 / 주용일
밤새 누에 뽕잎 갉아먹는 소리
자다 깨어 간지러운 귀를 판다
세상 잘못 살아온 나를
어디 멀리 있는 이가 욕을 하는지
귓속 간지러움 밤새 그치지 않는다
잎에서 잎맥으로 잎줄기로 옮겨가며
점, 점, 점, 사나워지는 누에들의
뽕잎 갉아먹는 소리,
내 귓속 간지러움도 달팽이관을 따라
점점 깊은 곳으로 몰려간다
세상 함부로 살아온 나를
이제는 가까이 있는 누가 욕을 하는지
뽕잎 갉아먹는 소리 갈수록 거칠어지고
자다 깨어 죄 지은 사람처럼
무릎 꿇고 앉아 간지러운 귀를 판다
봄비 / 이원식
4월이 떠나갑니다
입술 깨문 벚나무
눈물 배인 꽃잎을
하나 둘 떼어냅니다
해마다 그러했듯이
하얀 시(詩)를 남길 겁니다
비 /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러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 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봄비 내린 뒤 / 이정록
개 밥그릇에
빗물이 고여 있다
흙먼지가
그 빗물 위에 떠 있다
혓바닥이 닿자
말갛게 자리를 비켜주는
먼지의 마음, 위로
퉁퉁 불은 밥풀이
따라 나온다
찰보동 찰보동
맹물 넘어가는 저 아름다운 소리
뒷간 너머,
개나리 꽃망울들이
노랗게 귀를 연다
밤늦게 빈집이 열린다
누운 채로, 땅바닥에
꼬리를 치는 늙은 개
밥그릇에 다시
흙비 내린다
비 / 이정하
그대 소나기 같은 사람이여,
슬쩍 지나쳐 놓고 다른 데 가 있으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몸은 흠뻑 젖었는데..
그대 가랑비 같은 사람이여,
오지 않는 듯 다가와 모른 척하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마음까지 젖어 있는데..
가을비 /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가 사랑하고
오늘 낙엽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비가내리네 / 김용택
비를 오래 바라보고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비 였습니다
산을 오래 바라보고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산 이었습니다
흐르는 물을 오래오래 보고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강이었습니다
달빛 아래 오래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달빛 이었습니다
나는 그 여인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마음에서 새 잎이 돋아났습니다
사랑의 푸른 새 잎이었습니다
빗소리 / 박건호
빗소리를 듣는다
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
환희 열리는 문이 있다
산만하게 살아온 내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
현실의 꿈도 아닌 진공상태가 되어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눈을 감으면 넓어지는
세계의 끝을 내가 간다
귓 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소리
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 용혜원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온몸에 그리움이 흘러내려
그대에게 떠내려가고 싶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리움이
구름처럼 몰려와
내 마음에 보고픔을 쏟아놓는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온몸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서라도
마음이 착하고 고운
그대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
봄비 속을 걷다 /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비 오는 날 / 천상병
아침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
백오십 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 같다
비 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을
나는 어이 표현하리오?
그저 사는 대로 살다가
깨끗이 눈감으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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