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시모음

2017. 2. 1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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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시모음

3월이 10여일 남았어요.

오늘은 몹시 바람이 불어 봄이 오기전

겨울의 마지막 몸부림 처럼 느껴졌어요.

3월의 시모음 필요한 분들을 위해

올려 드려요.

저도 필요할 것 같네요.


[3월의 시모음]


한강의 철새/서덕석


이 겨울에 

새들은 둥지를 틀지 않는다

모래톱에서 잠깐씩 날개를 접고 

어깨죽지에 부리를 묻은 채 

칼잠을 자면서

날마다

북쪽으로 떠나는 꿈을 꾼다

(이 삭막한 도시에서는 봄이 와도 사랑할 수 없으리라)

잿빛 하늘도 알아주지 않는 가벼운 무게로 물 위에 내려앉아 

오염된 고기를 건져먹으며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날개짓을 하지만 

치사하고 더러워라 

서울에 산다는 것은


3월에

이해인 / 수녀, 시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3월/오세영

 

흐르는 계곡 물에

귀기울이면

3월은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 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3월/나태주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 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3월, 들풀처럼/김지헌

 

초록의 계엄령

봄의 군단이 질주하고 있다

이제 무차별 폭격이 시작되리라

 

어깨동무하고 일제히

함성 내지르는 풀잎 시위대

 

무참히 꺾이는 한 시대의 반역자

강철 군단에도 봄은 온다

 

만 겹 철문 열어제치고

초록 들불 번진다 


 

3월을 기다리며/나명욱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다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풀고

따뜻한 공기와 맑은 햇살을

가슴 아름 품을 수 있는 아름다운 3월

 

3월의 첫 날에는

창문의 겨울 커튼도 밀어내고

구석구석 쌓여있던 먼지들도 털고

창살마다 하얀 페인트를 다시 칠하리라

 

베란다의 그 동안 버려두었던

파랑 빨강 하얀 화분들도 깨끗이 닦고

베고니아 피튜니아 꽃도 심을 준비를 하리라

3월이면 거리에도 꽃들의 향기로 가득할 것이다 


 

3월에는 /최영희

 

어디고 떠나야겠다

 

제주에 유채꽃 향기

늘어진 마음 흔들어 놓으면

얕은 산자락 노란 산수유

봄을 재촉이고

들녘은 이랑마다

초록 눈,

갯가에 버들개지 살이 오르는

삼월에는

어디고 나서야겠다

 

봄볕 성화에 견딜 수 없다.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ㅡ무슨 일을 하고 싶다.

ㅡ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ㅡ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삼월/임영조

 

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맑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

온종일 궁금한 삼월

그 미완의 화폭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본다. 


 

 3월/박금숙

 

거친 눈발이 몰아치거나

느닷없는 천둥이 치거나

폭우가 쏟아지거나 하는 것은

참을성 없는 계절의

상투적인 난폭 운전이다

 

3월은

은근히 다림질한 햇살이

연둣빛 새순 보듬어주고

벚나무 젖빛 눈망울

가지를 뚫고 나와

연한 살내 풍기는

부드러움이다

 

꽃샘추위 시샘을 부려도

서둘러 앞지르지 않고

먼 길 돌아온

도랑물 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일 줄 아는

너그러움이다

 

3월은

가을에 떠난 사람

다시 돌아와

추웠던 이야기 녹이며

씨앗 한 줌 나누는

포근함이다 


 

 3월이 오면 /이길원

 

산으로 오르겠습니다

봄눈 질척이는 등산로 따라

이제 막 눈뜬 시냇물 소리에

가슴 헹구고

남쪽 바다 거스른 바람으론

얼굴 단장하겠습니다

옅은 새소리에 가슴 헤치면

겨울 나뭇가지 물오르는 소리.

 

산골 어디쯤 숨어 있는 암자 찾아

넙죽 절하고

두 손 모아 마음 접으면

선인(仙人) 사는 곳 따로 있을까

석양 등진 길손의 헤진 마음

어느 바람인들 못 헹굴까

 

칼바람에 웅크린 꽃잎

숨기던 화냥기 못 참아

입술 내밀어 보내는 교태에

가쁜 숨 몰아 쉬는

하늘 걸린 산

산으로 오르겠습니다. 


3월 / 홍일표

 

수암사 오르는 길은

갈참나무, 병꽃나무, 오리나무가

모두 입 다물고 묵상 중이었다

가장 먼저

산수유 노랗게 허공에 떠 있었다

쉬임없이 소곤소곤 종알대고 있었으나

골짜기의 물들은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하산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좁은 산길 울퉁불퉁 박혀 있는 돌들이

툭툭 발목을 잡았다

줄레줄레 따라오던 잡념들은

그만 슬그머니 나를 놓아버리고,

수암사 가까이 다가갈수록

깊어지는 고요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비로소 맑게 빛나는

바람소리, 새소리

고요 속에서 뭉클 내가 만져지는 순간

꿩 한 마리 푸드득 날아올랐다 


 

3월의 마음 / 이풍호

 

꿈속에서

어딘가를 아득히 오고가다

깨어난 새벽

 

마시면 기침할 것 같은

솔내음

 

바람에 스며들어

잎새를 돋운다.

 

촉촉이 젖어오는 땅위를

쉬지 않고 맨발로 밟으면

이 아침에는

생각들이 넉넉해진다.

 

오직 사랑하므로

살아있음이여

 

그리움은

그립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가슴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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