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시모음

2014. 2. 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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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시모음

 

봄이 오면 정말 좋아요..... 답답한 겨울 코트를 입지 않아도 되고

 

숨막히는 목도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불편한 털장갑을 끼지 않아도 되니까~~~

 

오늘은 조용히 집에 있으면서 이것 저것 봄맞이 청소를 하다 이 글 올립니다.

 

 

봄시모음으로 예쁜 영상 만들어보세요.

 

 

 

 

 

 

봄밤

                - 정호승

부활절 날 밤

겸손히 무릎을 꿇고

사람의 발보다

개미의 발을 씻긴다

 

연탄재가 버려진

달빛 아래

저 골목길

 

개미가 걸어간 길이

사람이 걸어간 길보다

더 아름답다

 

 

 

 

                - 성낙희

돌아왔구나

노오란 배냇머리

넘어지며 넘어지며

울며 왔구나.

 

돌은

가장자리부터 물이 흐르고

하늘은

물오른 가지 끝을

당겨올리고

 

그래,

잊을 수 없다.

나뉘어 살 수는 더욱 없었다.

황토 벌판 한가운데

우리는 어울려 살자.

 

 

 

 

봄은 간다

 - 김억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 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 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무 가지에서, 물 위에서, 뚝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은

                - 신동엽

 

봄은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 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속에서

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

눈 녹이듯 흐물흐물

녹여 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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