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관한 시, 비에 관련된 시
오늘은 봄비가 부슬 부슬 아침부터 내렸어요.
내일은 꽃샘추위로 영하 5도라니 봄이 오려고
몸서리 치나봐요. 아픈 후에 아이들이 성장하듯이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날은
-용혜원-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온몸에 긔움이 흘러내려
그대에게 떠나가고 싶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리움이
구름처럼 몰려와도
내 마음에 보고픔을 쏟아 놓는다
하루종일 비가 내린는 날은
온몸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서라도
마음이 착하고 고운
그대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
그대를 만나러 달려가도 싶다
비
-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山)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듣는 빗낱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봄비 속을 걷다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익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비오는 날
-박재삼-
가슴을 다친 누이는
오지 못할 사람의 편지를 받고
다시 한 번
송두리째 가슴이 찢긴다
아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물
땅에서도 괴는 눈물의
이 비오는 날!
봄비속을 걷다
-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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