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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윤 홀로서기



오늘 따라 이 시가 읽고 싶어진다. 누군가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순간이 온다.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자녀, 부부의 이별, 죽음 앞에서의 홀로서기 등




홀로서기  / 서정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홀로서기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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