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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시모음,이해인의 바다시,바다사진이미지


시원한 바다로 가고 싶을 만큼 날씨가 너무 좋아졌어요.


이해인님의 바다시, 바다시모음 올려두었다 영상을 만드는데 쓰고 싶군요.



오늘은 오랜만에 

내가 나에게 

푸른 엽서를 쓴다


어서 일어나 

섬들이 많은 

바다로 가자고


파도 아래 숨 쉬는 

고요한 깊이 

고요한 차가움이 

마침내는 따뜻하게 건네오는 

하나의 노래를 듣기 위해 

끝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이젠 

사랑할 준비가 되었냐고 

만날 적마다 눈빛으로 

내게 묻는 갈매기에게 

오늘은 이렇게 말해야지


파도를 보면 

자꾸 기침이 나온다고 

수평선을 향해서 

일어서는 희망이 

나를 자꾸 재촉해서 

숨이 차다고

 

 

 

 

바다일기

      

 

늘 푸르게 살라 한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 굽은 마음을 곧게 

흰 모래를 밟으며 

내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바위를 바라보며 

내 약한 마음을 든든하게 

그리고 

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 

갈매기처럼 춤추는 마음 

늘 기쁘게 살라 한다

 

 

 

 

 

바다는 나에게

 

           


바다는 가끔 

내가 좋아하는 

삼촌처럼 곁에 있다


나의 이야길 잘 들어주다가도 

어느 순간 내가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엄살은 무슨? 복에 겨운 투정이야" 

하고 못 들은 척한다


어느 날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부탁하면 

금방 구해줄 것처럼 다정하게 

"그래, 알았어" 하다가도 

"너무 욕심이 많군!" 하고 

꼭 한 마디 해서 

나를 무안하게 한다


바다는 나에게 

삼촌처럼 정겹고 든든한 

푸른 힘이다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달려오는가 

함께 있을 땐 잊고 있다가도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바람


처음 듣는 황홀한 음악처럼 

나뭇잎을 스쳐가다 

내 작은 방 

유리창을 두드리는 

서늘한 눈매의 바람


여름 내내 끓어오르던 

내 마음을 식히며 

이제 바람은 

흰 옷 입고 문을 여는 내게 

박하내음 가득한 언어를 

풀어내려 하네


나의 약점까지도 이해하는 

오래된 친구처럼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더 넓어지라고 하네


사소한 일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더 맑게, 크게 

웃으라고 하네

 

 

 

 

 

바다 새 


 


이 땅의 어느 곳 

누구에게도 마음 붙일 수 없어 

바다로 온 거야

너무 많은 것 보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 

예까지 온 거야


너무 많은 말들을 

하고 싶지 않아 

혼자서 온 거야


아 어떻게 설명할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이 작은 가슴의 불길


물위에 앉아 

조용히 식히고 싶어 

바다로 온 거야


미역처럼 싱싱한 슬픔 

파도에 씻으며 살고 싶어 

바다로 온 거야

 

 


바다에서 쓴 편지


 


짜디짠 소금물로 

내 안에 출렁이는 

나의 하느님 

오늘은 바다에 누워 

푸르디 푸른 교황곡을 

들려주시는 하느님


당신을 보면 

내가 살고 싶습니다 

당신을 보면 

내가 죽고 싶습니다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당신을 맛보게 하는 일이 

하도 어려워 

살아갈수록 나의 기도는 

소금맛을 잃어갑니다


필요할 때만 찾아 쓰고 

이내 잊어버리는 

찬장 속의 소금쯤으로나 

당신을 생각하는 

많은 이들 사이에서 

나의 노래는 종종 희망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제발 

안 보이는 깊은 곳으로만 

가라앉아 계시지 말고 

더욱 짜디짠 

사랑의 바다로 일어서십시오 

이 세상을 

희망의 소금물로 출렁이십시오  

 

 

 

 

 

다시 바다에서

 

 


열여섯 살에 처음으로 

환희의 눈물 속에 

내가 만났던 바다


짜디짠 소금물로 

나의 부패를 막고 

내가 잠든 밤에도 

파도로 밀려와 

작고 좁은 내 영혼의 그릇을 

어머니로 채워주던 바다


침묵으로 출렁이는 

그 속깊은 말 

수평선으로 이어지는 기도를 

오늘도 다시 듣네


낮게 누워서도 

높은 하늘 가득 담아 

하늘의 편지를 읽어주며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내게 영원을 약속하는 

푸른 사제 푸른 시인을 

나는 죽어서도 

잊을 수 없네

 

 


바다여 당신은


 


내가 목놓아 울고 싶은 건 

가슴을 뒤흔들고 가버린 

거센 파도 때문이 아니다 

한 밤을 보채고도 끊이지 않는 

목쉰 바람소리 탓도 아니다


스스로의 어둠을 울다 

빛을 잃어버린 

사랑의 어둠


죄스럽게 비좁은 나의 가슴을 

커다란 웃음으로 용서하는 바다여 

저 안개 덮인 산에서 어둠을 걷고 

오늘도 나에게 노래를 다오


세상에 살면서도 

우리는 서투른 異邦人(이방인)


언젠가는 모두가 쓸쓸히 부저져 갈 

한 잎 외로운 혼임을 

바다여 당신은 알고 있는가


영원한 메아리처럼 맑은 餘韻(여운) 

어느 波岸(파안) 끝에선가 

종이 울고 있다


어제와 오늘 사이를 가로 누워 

한번도 말이 없는 묵묵한 바다여 

잊어서는 아니될 

하나의 노래를 내게 다오


당신의 넓은 길로 걸어가면 

나는 이미 슬픔을 잊은 

행복한 작은 배


이글거리는 태양을 

화산 같은 파도를 

기다리는 내 가슴에 

불지르는 바다여


폭풍을 뚫고 가게 해 다오 

돛풍이 찢기워도 떠나게 해 다오

 







 

 

 

밤 바다


 


아무도 몰래 멍든 가슴을 

어둠에 풀어 놓고 

바다는 이제사 울고 있다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한 이들을 위해 

살아서도 유서를 쓰려는 이들을 위해 

아무런 위로의 말도 뱉을 수 없는 

메마른 제 심장을 실연당한 젊음을 

소리내어 울고 있다


피 냄새 석유 냄새 엉겨붙은 세상에 

시퍼런 꿈을 팔다 

목이 쉰 바다


귀먹은 자들이 귀찮아 내다버린 

십자가를 혼자서 지고 

새벽을 낳고 싶은 욕망에 

신음하고 있다


진통 겪는 産母(산모)처럼 오열을 토하며 

승리를 기다리는 

어둠의 바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革命(혁명)의 내일을 위해 

바다는 엎디어 칼을 갈고 있다 

 


 

 

 

파도여 당신은   


 


파도여 당신은 

누워서도 잠들지 않는 

바람의 집인가


어느날 죽어 버린 

나의 꿈을 일으키며 

산이 되는 파도여


오늘도 나는 

말을 잃는다


神의 모습을 닮아 

출렁이는 당신이 

그리 또한 태연한가


사랑하지 않고는 

잠시도 못견디는 

시퍼런 고뇌의 당신이


언젠가 통째로 나를 안을 하느님 

파도여 당신은 

누워서도 잠 못 드는 기다림인가  

 

 

 

 

파도의 말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줄게 

마음놓고 울어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은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해줄게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질 땐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  

 


 

 

 

해녀의 꿈 


 


욕심 없이 

바다에 뛰어들면 

바다는 

더욱 아름다워요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사랑 안에서 

자유롭습니다


암초를 헤치며 

미역을 따듯이 

전복을 따듯이


힘들어도 

희망을 꼭 따오겠어요


바다 속에 

집을 짓고 살고 싶지만 

다시 뭍으로 올라와야지요


짠냄새 가득 풍기는 

물기 어린 삶을 

살아내기 위하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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