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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시,장미에 관한 시,장미에 관한 글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는 6월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 왔어요.  붉은 장미가 담벼락에

가득 피는 6월 장미시,장미에 관한시,장미에 관한 글도 함께 감상해보세요.





장미 / 모윤숙 


이마음 한편 

호젓한 그늘에 

장미가 핀다. 


밤은 어둡지 않고 

별은 멀지 않다 

장미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 


숲없는 벌 

하늘 티지 않은 길 

바람 오지 않는 동산 

장미는 검은 강가에 서있다. 


너의 뿌리는 내생명에 의지 하였으매 

내눈이 감기기전 너는 길이 못가리 


너는 내안에서만 필수 있다 

봄없고, 비없고, 하늘없는 곳 

불행한 내마음에서만 피여간다. 


밤은 어둡지 않고 

별은 멀지 않다. 

너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


 

장미/송욱


장미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 받고

서슬이 푸르렀다.

 

춤을 추리라,  

벌거숭이 그대로

춤을 추리라, 

눈물에 씻기운

발을 뻗고서

붉은 해가 지도록

춤을 추리라.

 

장미밭이다. 

핏방울 지면

꽃잎이 먹고

푸른 잎을 두르고

기진하면은

가시마다

살이 묻은

꽃이 피리라. *


 

내 가슴에 장미를 / 노천명 

더불어 누구와 얘기할 것인가 

거리에서 나는 사슴모양 어색하다

나더러 어떻게 노래를 하라느냐 

시인은 카나리아가 아니다

제멋대로 내버려두어다오 

노래를 잊어버렸다고 할 것이냐

밤이면 우는 나는 두견! 

내 가슴속에도 들장미를 피워다오

 

장미에게 / 신경림 

나는 아직도 네 새빨간 

꽃만을 아름답다 할 수가 없다, 

어쩌랴, 벌레 먹어 누렇게 바랜 

잎들이 보이는 데야. 

흐느끼는 귀뚜라미 소리에만 

홀릴 수가 없다, 

다가올 겨울이 두려워 

이웃한 나무들이 

떠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꽃잎에 쏟아지는 달빛과 

그 그림자만을 

황홀하다 할 수가 없다, 

귀기울여 보아라, 

더 음산한 데서 벌어지는 

더럽고 야비한 음모의 수런거림에. 


나는 아직도 

네 복사꽃 두 뺨과 

익어 터질 듯한 가슴만을 

노래할 수가 없다, 


어쩌랴, 아직 아물지 않은 

시퍼런 상처 등 뒤로 드러나는 데야, 

에써 덮어도 곪았던 자욱 

손등에 뚜렷한 데야. 



장미 / 용혜원     

욕심이었습니다.

나만이 소유하기에는

그대를 사랑하지만

사랑을 다 고백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을

홀로 갖고자 하면 할수록

상처의 아픔이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대를 통하여

사랑의 진실을 알았습니다.

나만의 사랑으로만 만들면

아름다움도 고통으로만

남는다는 사실입니다.


사랑입니다.

그대의 사랑을 나누면

나만의 기쁨이 아니라

서로의 기쁨이 되고

우리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사랑의 본질을 깨달았습니다.

 

장미 한 송이 / 용혜원   

장미 한 송이 드릴

님이 있으면 행복하겠습니다


화원에 가득한 꽃

수많은 사람이 무심코 오가지만

내 마음은 꽃 가까이

그리운 사람을 찾습니다


무심한 사람들 속에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장미 한 다발이 아닐지라도

장미 한 송이 사들고

찾아갈 사람이 있는 이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꽃을 받는 이는

사랑하는 님이 있어 더욱 행복하겠습니다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장미 한 다발 /이수명 

꽃집 주인이 포장을 했을 때 장미는 폭소를 터뜨렸다. 집에 돌아와 화병에 꽂았더니 폭소는

더 커졌다. 나는 계속해서 물을 주었다. 장미의 이름을 부르며.

장미는 몸을 뒤틀며 웃어댔다. 장미 가시가 번쩍거리며 내게 날아와 박혔다. 나는 가시들을

훔쳤다. 나는 가시들로 빛났다. 화병에 꽂힌 수십, 수백 장의 꽃잎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나는 기다렸다. 나는 흉내 냈다. 나는 웃었다. 그리고 웃다가, 장미가 끼고 있는 침묵의 틀니를 보았다.

장미는 폭소를 터뜨렸다.


가시 / 정호승 

지은 죄가  많아

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

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손등에는 채송화가

무릎에는 제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

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서 가장 멀리 가는 향기가 난다고

장미는 시들지도 않고 자꾸자꾸 피어나

나는 봉은사 대웅전 처마 밑에 앉아

평생토록 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가시를 힘껏 뽑아내려고 하다가

슬며시 그만두었다 


 

장미를 사랑한 이유 / 나호열 

꽃이었다고 여겨왔던 것이 잘못이었다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이 고통이었다

슬픔이 깊으면 눈물이 된다 

가시가 된다 

눈물을 태워본 적이 있는가 

한철 불꽃으로 타오르는 장미 

불꽃 심연 

겹겹이 쌓인 꽃잎을 떼어내듯이 

세월을 버리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처연히 옷을 벗는 그 앞에서 눈을 감는다 

마음도, 몸도 다 타버리고 난 후 

하늘을 향해 공손히 모은 두 손 

나는 장미를 사랑한다 

 

장미의 날 / 마종기

장미나무 꽃대 하나 

좁은 땅에 심어 놓고 

몇 달 꽃 피울 때까지 

나는 꽃이 웃는다는 말 

비유인 줄만 알았다. 


작은 잎의 상처도 아파 

조심해 연한 물을 주고 

긴 잠 깨어 안심할 때까지 

장미가 말을 한다는 것도 

도저히 믿지 않고 살았다. 

이 나이 되어서야 참으로 

꽃이 웃는 모습을 보다니, 

젖은 입술의 부드러운 열기로 

내게 기대는 것을 보다니! 


그러니 은밀한 관계여 

영문 모르는 애인이여, 


장미가 울기까지 한다는 것은 

이승에서는 감당키 어려워 

어느 날쯤 못 들은 척, 또 모르는 척 

멀리 외면하고 그냥 지나가리

 

내 사랑은 빨간 장미꽃 / Robert Burns 

내 사랑은 6월에 갓 피어난 

빨간 한 송이 장미, 

오 내 사랑은 부드러운 선율 

박자 맞춰 감미롭게 흐르는 가락.

그대 정녕 아름다운 연인이여 

내 사랑 이렇듯 간절하오 

온 바닷물이 다 마를지라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

온 바닷물이 다 마를지라도 

모든 바위가 태양에 녹아 없어진다 해도 

모래알 같은 덧없는 인생이 다하더라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

잘 있거라, 내 사랑하는 사람아! 

잠시동안 우리 헤어져 있을지라도 

천리 만리 떨어져 있다해도 

그리운 님아, 나는 다시 돌아오리다.



장미꽃 


화병에 꽂아 두었던 

빨간 장미꽃 한 송이 

자줏빛으로 쪼그라진 채 

말라죽었다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무심코 꽃송이에 

코를 대어 봤더니 아직도 

은은하게 향내가 났다 


나는 깜짝 놀라 

도로 꽃병에 꽂았다 

비록 말라죽기는 했지만 

향기만은 아직 살아 있기에 


죽으면서도 

향기만은 빼앗길 수 없다는 듯 

품속에 꼬옥 품고 있는 장미꽃! 

꼭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장미


깊숙이 묻혀 버린 그 진한 비밀들이 

아픈 피 쏟으면서 빠알간 살 드러낸다 

한 계절 여백을 채워도 가시 찔린 넋두리뿐 

(송명·승려 시인)



장미 


누가 그 입술에 불질렀나 

저토록 빨갛게 타도록 


누가 몸에 가시울타리 쳐 둘렀나 

그 입술에 입맞춤 못하도록 


나도 그 입술이고 싶어라 

불타는 사랑의 입술이고 싶어라 


이별이 내게 입맞춤 못하도록 

가시 울타리 치고 싶어라 

(손석철·시인, 1953-)



장미가 되리


무슨 칼로 

가슴을 여며내면 

저리 핏빛 꽃잎이 될까 


무슨 

불로 구워내면 

저리 핏빛으로 燒成될까 


무슨 

사랑으로 문지르면 

흰 가슴이 

저리 

붉은 피로 묻어날까 


장미가 피는 날엔 

가슴 아파라 


장미가 피는 날엔 

가슴 아파라 

(류정숙·시인)



장미 

      

술잔을 비우고 

장미로 안주하다 


꽃의 독소 

퍼진들 어떠랴 


그것이 해롭기로니 

사랑의 독보다 더할까보냐 

(정숙자·시인)



성난 장미 


성난 것인지 발정한 것인지 

예사롭지 않은 노란 장미 

내게 덤비는 것 같은데 

도망칠 곳이 없다 

힘없이 당하는 꼴이 됐다 

즐거운 비명이라도 칠까 

도무지 식물 같지 않은 열기 

내가 꽃이었으면 

당하고 말았을 뜨거운 열기 

(이생진·시인, 1929-)



모시는 말씀 - 장미의 이름으로 


가시를 갈아 꾹꾹 눌러 쓴 초청장을 보냅니다 

초록 바퀴를 가진 바람 우체부 편에 

짤막한 파티 

절정에 이른 몸짓으로 밤잠 설치며 겹겹이 타오를 줄 아는 

당신만을 모십니다 

들숨과 날숨 사이 

빗물에 적신 햇볕을 끼워 짠 아랑주(紬)에 

살점을 문질러 진하게 물들인 

새빨간 야회복을 입고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이 꼭 오신다면 

몰래 감추어둔 꽃술 한잔도 마련하겠습니다 

5월이라고 쓴 팻말을 따라 

꿈의 계단으로 올라오십시오 

(권천학·시인, 일본 출생)



장미원에서


저 붉디붉은 

장미 한 송이 

꺾어드릴까요 


그대로 하여 

붉어진 내 가슴 

꺾어드릴까요 


그대 아니면 쓸모없는 

내 나머지 인생을 

꺾어드릴까요 

(강인호·시인) 



한 송이 장미꽃 

  

장미꽃 한 송이 

뜰 위에 피었네 


그 집 

그 뜰은 

초라한데 

장미꽃 곱게도 피어 있네 


아침에는 함초롬이 이슬을 먹고 

뜨거운 양지쪽 한낮에도 

장미꽃 누군가 기다리며 

말없이 그 뜰을 지켜 섰네 


장미꽃 한 송이 피어 있네 

가난한 그 뜰에 피어 있네 

(임종호·시인, 1935-) 



아내는 장미꽃 


아내는 장미화다 

가끔 화(花)를 낸다 

곱지만 

잘못 건드려 가시에 찔린다 


아내여, 

자꾸 피지 마라 

릴케도 장미가시에 찔려 

눈꺼풀 완전히 닫았대 

(양전형·시인, 제주도 출생)



6월의 장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부활의 장미 


피었다 지는 것이야

쉬운 일이지만 

그 향기까지야 

쉽게 잊혀지겠습니까?


사랑하는 것쯤이야

쉽게 한다고 하지만

그리워하는 것까지야

어찌 막을 수 있겠습니까


먼 훗날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사무친 가시가 되고

당신은 숨가쁜 꽃봉오리가 되는

하나의 뜨거운 몸이 되어요

(정문규·시인, 전남 화순 출생)



평신도의 장미 


흰 장미와 

붉은 장미가 

지하에서 

나의 시에 맺히는 

아침의 이슬 

주여 

주여 

주여 

어리석은 것으로 

충족한 오늘 속에서 

밤의 명상과 

아침의 찬송가 

환한 긍정의 눈을 뜨고 

마음 가난하게 살기를 다짐하는 

평신도의 

짧고도 힘찬 기도 

진실로 

당신이 누구이심을 

짐작하는 것으로만 

빛나는 풀잎새 

흰 감자와 

자줏빛 감자가 알을 배는 

땅 밑으로 스미는 

사랑의 입김. 

주여 

주여 

주여 

하루에 세 번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것으로 

지팡이를 삼고 

오늘을 사는 

어리석고 충만한 자의 

이마에 

저녁햇살. 

붉은 장미와 

흰 장미가 되는 

풍요 속에서 

순간마다 피어나는 

생기 찬 당신의 모습. 

(박목월·시인, 1916-1978)



장미의 내부


어디에 이런 내부를 감싸는

외부가 있을까. 어떤 상처에

이 보드라운 아마포(亞麻布)를 올려놓는 것일까.


이 근심 모르는

활짝 핀 장미꽃의 내부 호수에는

어느 곳의 하늘이

비쳐 있을까. 


보라,

장미는 이제라도

누군가의 떨리는 손이 자기를 무너뜨리리라는 것을 모르는 양

꽃이파리와 꽃이파리를 서로 맞대고 있다.


장미는 이제 자기 자신을

지탱할 수가 없다. 많은 꽃들은

너무나 충일하여

내부에서 넘쳐나와

끝없는 여름의 나날 속으로 흘러들어 간다.


점점 풍요해지는 그 나날들이 문을 닫고,

마침내 여름 전체가 하나의 방,

꿈속의 방이 될 때까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오스트리아 시인, 1875-1926)



장미의 열반


한철 통째로 

불덩이로 생명 활활 태우며


한밤중에도 치솟는

송이송이 불면의 뜨거운 불꽃이더니


이제 지는 장미는 살그머니 

고개를 땅으로 향하고 있다.


불타는 사랑은

미치도록 아름다워도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나 아름다움은 없음을 알리는


자신의 소임 하나 

말없이 다하였으니


그 찬란한 불꽃의 목숨 

미련 없이 거두어들이며


이제 고요히

열반에 들려는 듯. 

(정연복·시인,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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