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시모음
벌써 2016년 12월이 다가왔군요.
새롭게 시작한 2016이란 글자는 새로운 마음
새 다짐으로 시작 했는데 2016란 글자는
아쉬움과 무한한 어두움으로 다가오는 군요.
12월의 시모음
12월의 시를 찾는 분들을 위해
제가 미리 찾아 보았네요.
필요하시면 참고 하세요.
송년회 - 임영준
대화가 겹치는 순간
모두 입을 닫았다
누구도 나서지 않는데
눈치 없는 내가 한마디 했다
‘왜들 그렇게 말이 없냐?’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2003년은 그렇게 끝이 났다
송년회 - 목필균
후미진 골목 두 번 꺾어들면
허름한 돈암 곱창집
지글대며 볶아지던 곱창에
넌 소주잔 기울이고
난 웃어주고
가끔 그렇게 안부를 묻던 우리
올해 기억 속에
너와 만남이 있었는지
말로는 잊지 않았다 하면서도
우린 잊고 있었나 보다
나라님도 어렵다는 살림살이
너무 힘겨워 잊었나 보다
12월 허리에 서서
무심했던 내가
무심했던 너를
손짓하며 부른다
둘이서
지폐 한 장이면 족한
그 집에서 일 년 치 만남을
단번에 하자고
송년가 - 이외수
우리 사는 세상 날이 저물어
청산 그림자 섬돌까지 덮었네
오늘 서산으로 기울어진 천년 세월
내일 밝산머리 해 하나로 떠오르나니
그대 가는 먼 길 흩날리는 북풍한설
시 한 줄로 아직은 잠재울 수 없어도
내가 사는 세속마을
그대와 멀다고는 생각지 마오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 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 년이 한 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 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길 막돌맹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신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담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들어 버립니다
일년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송년산행 - 윤인구
주인 있는 개한테
물릴 뻔했다
겨울비 몇 줄기 몸속까지 파고들고
스산한 바람소리 성가시게 뒤따라왔다
낙엽 밟는 소리가 너는 좋으냐
낙엽은 온몸이 으스러지게 아파
울 것이다
산꼭대기에서 한 사내가 소리를 질러댔다
야호 야호 돌아와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 깊은 계곡으로 떨어져 죽었다
한 해 농사 다 털어주고
갈 데 없는 까치집 한 채 끌어안고 서 있는
절 집 은행나무 한 그루
산아래 마을에선
아무 일도 없는 것 같다
젖은 낙엽 타듯 한 해를 보냈다
연말결산(年末決算) - 이외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지나간 날들은 망실되고
사랑한 증거도 남지 않았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자폐증에 빠져 있는 겨울풍경
속으로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리면
시간이 깊어진다
인생은 겨울밤
얼음 밑으로 소리 죽여
흐르는
강물이다
겨울 저녁ㅡ歲暮送年詩 - 이 정 우
누군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 들녘 끝으로
아주 조그맣게 사라져 갑니다.
이 겨울 저녁엔
먼 옛날처럼 진눈깨비가 내리고,
저희도 저 눈발 속에 저물어
한 세월을 보냅니다.
누군가 이 세상의 사랑도 다 잊고
저 들녘 끝으로 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다.
시간의 선물 / 이해인
내가 살아 있기에
새롭게 만나는 시간의 얼굴
오늘도 나와 함께 일어나
초록빛 새 옷을 입고 활짝 웃고 있네요.
하루를 시작하며
세수하는 나의 얼굴 위에도
아침 인사를 나누는 식구들의 목소리에도
길을 나서는 나의 신발 위에도
시간은 가만히 앉아
어서 사랑하라고
나를 재촉하네요.
살아서 나를 따라오는 시간들이
이렇게 가슴 뛰는 선물임을 몰랐네요.
서귀포에서 만난 노인 - 강남주
오늘이 12월 1일이다.
한 해가 한 장의 달력에 매달려
바닷가 가게 벽에서
안간힘을 하면서 펄럭이고 있다.
체감이 더욱 차겁다.
바람은
어쩌자고 서성이고만 있나.
출렁이는 바다 위를 힘살 좋게 날고,
갈매기만 춥지 않은가.
먼 경치와 대조를 이루면서
노인 한 분이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송년회 - 목필균
후미진 골목 두 번 꺾어들면
허름한 돈암곱창집
지글대며 볶아지던 곱창에
넌 소주잔 기울이고
난 웃어주고
가끔 그렇게 안부를 묻던 우리
올해 기억 속에
너와 만남이 있었는지
말로는 잊지 않았다 하면서도
우린 잊고 있었나 보다
나라님도 어렵다는 살림살이
너무 힘겨워 잊었나 보다
12월 허리에 서서
무심했던 내가
무심했던 너를
손짓하며 부른다
둘이서
지폐 한 장이면 족한
그 집에서 일년 치 만남을
단번에 하자고
12월 어느오후 - 손석철
덜렁 달력 한 장
달랑 까치밥 하나
펄렁 상수리 낙엽 한 잎
썰렁 저녁 찬 바람
뭉클 저미는 그리움
12월 - 김선호
담벼락을 타고 오르던
담쟁이넝쿨이 거친 마디를
드러낸 채 말라 가는 추억처럼 붙어있다
하늘 한쪽 잡겠다고 닿는 것마다
기대고 부풀리던 맥박이 식어가고 있다
옆으로 뻗어 난 길 다 젖혀 두고
수직으로 올라서야 직성이 풀리던
기억도 떨어져 나갔다
살짝 건드리면
주저앉을 것 같은 마른 몸으로
그리움 한 귀퉁이를 붙잡고 있다
허공에서
잡히는 빈손을 거두기 민망해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차디찬 담벼락에 매달려 있다
중앙고속도로에서 - 박 건 호
지금
해운대 밤바다에서
한 여자가 울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둠 속 어디선가
익사한 추억들을
건져 올리는 지도 모른다
아니 아직은 경부선 열차에 앉아서
한 사나이의 아픔은
미처 기억하지도 못한 채
자신의 상처만을 안고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지도 모른다
2002년 12월 14일
파도소리 같은 바람이
윙윙윙 울어대는 깊은 산중
기적소리가 사알짝 오버랩되는
중앙고속도로에서
나는 화살촉 꽂힌 아기 사슴처럼
외로움을 피해
너의 가슴으로 숨어든다
발가벗겨진 채
숨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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