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관한 시

2016. 7. 2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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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관한 시

오늘도 어김없이 장마는 계속 되고 비에 관한 시

찾다가 여기에 모아 두었다.

다음에 예쁜 그림과 함께 좋은 영상 만들어 보련다.

비에 관한 시 너무 좋은 시가 많은 것 같다.

 

 

 

비 오는 날의 기도

 

양광모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 소리가 아니라

영혼과 양심의 소리에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문 곳에도 주저 없이 내려

그 땅에 꽃과 열매를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언제나 생명을 피워내는

봄비처럼 살게 하시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가져다주는

단비 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 이 세상 떠나는 날

하늘 높이 무지개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원태연

 

저녁 내내 끊임없는 비

덧문을 닫고 스탠드를 켠다

조용한 것이 무거워 틀어 놓은 음악과

덧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가슴을 휘젓고 다닌다

 

저녁 내내 끊임없는 비

아직도 나는

사랑을 하고 있는 거 같다 

 

 

우산이되어 

이해인

 

우산도 받지 않은 쓸쓸한 사랑이

문밖에서 울고 있다

누구의 설움이 비 되어 오나

피해도 젖어 오는 무수한 빗방울

땅 위에 떨어지는

구름의 선물로 죄를 씻고 싶은

비 오는 날은 젖은 사랑

수많은 나의 너와

젖은 손 악수하며

이 세상 큰거리를 한없이 쏘다니리

우산을 펴주고 싶어

누구에게나 우산이 되리

모두를 위해

 

 

 

비가 

 

유하

 

비가 내립니다

그대가 비 오듯 그립습니다

한 방울의 비가 아프게 그대 얼굴입니다

한 방울의 비가 황홀하게 그대 노래입니다

유리창에 방울방울 비가 흩어집니다

그대 유리창에 천 갈래 만 갈래로 흩어집니다

흩어진 그대 번개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흩어진 그대 천둥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내 눈과 귀, 작달비가 등 떠밀고 간

저 먼 산처럼 멀고 또 멉니다

 

그리하여 빗속을 젖은 바람으로 휘몰아쳐가도

그대 너무 얼게 있습니다

그대 너무 멀어서 이 세상

물밀듯 비가 내립니다

그대가 빗발치게 그립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으즈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에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우에 창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비 오는 날의 일기 

 

 이해인

 

 

너무 목이말라 죽어가던

우리의 신하

부스럼난 논바닥에

부활의 아침처럼

오늘은 하얀 비가 내리네

 

 

어떤한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산에 들에

가슴에 꽃히는 비

 

 

얇디 얇은 옷을 입어

부끄러워하는 단비

차갑지만 사랑스런 그 빰에

입맞추고 싶네

 

 

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

 

 

사랑없이 거칠고

용서 못해 갈라진

사나운 논길 거두고

이 세상 어디든지

 

 

한 방울의 기쁨으로

한 줄기의 웃음으로

순하게 녹아 내리는

하얀비 고운비

맑은 비가 되자

 

 

 

 

 

비가 전하는 말 

 

이해인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아침을 가르는 

하얀 빗줄기도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전하는 말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가슴에 내리는 비 

윤보영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비가 내리는 군요 

내리는 비에 

그리움이 젖을까봐 

마음의 우산을 준비했습니다 

보고 싶은 그대여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그대 찾아 나섭니다 

그립다 못해 

내 마음에도 주룩주룩 

비가 내립니다

 

비 내리는 날은 

하늘이 어둡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열면 

맑은 하늘이 보입니다 

그 하늘 

당신이니까요 

 

 

빗물에 하루를 지우고 

그 자리에 

그대 생각 넣을 수 있어 

비 오는 날 저녁을 좋아합니다 

그리움 담고사는 나는... 

 

 

늦은 밤인데도 

정신이 더 맑아지는 것을 보면 

그대 생각이 비처럼 

내 마음을 씻어주고 있나 봅니다  

 

 

비가 내립니다 

내 마음에 빗물을 담아 

촉촉한 가슴이 되면 

꽃씨를 뿌리렵니다 

그 꽃씨 

당신입니다

 

 

비가 오면 

우산으로 그리움을 가리고 

바람 불 때면 

가슴으로 당신을 덮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빗줄기 이어 매고 

그네 타듯 출렁이는 그리움 

창밖을 보며 

그대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내리는 비는 

우산으로 가릴 수 있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은 

막을 수가 없군요 

폭우로 쏟아지니까요

 

 

 

 

빗물

 

홍수희

 

사랑아, 너는 아느냐

내 가벼운 추락의 몸짓을

 

때로 나는 너를 위하여

온전한 소멸을 꿈꾸나니

 

내 없어 너에게 이르겠거늘

네 없어 나에게 이르겠거늘

 

네 안에 내가 들어서기 위하여

이리도 오랜 침묵이 필요하구나

 

내 안에 네가 살기 위하여

이리도 오랜 냉정(冷靜)이 필요하구나 

 

 

 

소나기 

 

곽재구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빗소리에 묻은 생각 

 

정재삼

 

비오는 날 오후

빗물 소리를 듣고

잊었던 옛 추억을 생각합니다

 

그해 장마비가 

빗줄기가 서서 걸어서 

마구 퍼부어

논밭이 할퀴고 뜯기어

내가 섰던 땅의 울음소리 듣습니다

 

비야,

올해는 제발

장대비로 걸어서 오지 마오

수마라는 말도 지어내지 말아주오

 

모든 이의 가슴으로 노래하는

푸르게, 푸르게

빗물소리 낭만으로만 들려주오

 

 

 

 

 

 

 

비 오는 날

천상병

 

아침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 

백오십 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 같다 

 

비 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을 

나는 어이 표현하리오? 

 

그저 사는 대로 살다가 

깨끗이 눈감으리요

 

 

 

 

 비닐우산  

 

정호승

 

오늘도 비를 맞으며 걷는 일보다 

바람에 뒤집히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끝내는 바람에 뒤집히다 못해 

빗길에 버려지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비 오는 날마다 

나는 하늘의 작은 가슴이므로 

그대 가슴에 연꽃 한 송이 피울 수 있으므로 

 

오늘도 바람에 뒤집히는 일보다 

빗길에 버려지는 일이 더 행복합니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조 병화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함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덫을 모르는 가엾은 사람이란다

 

 

 

 

모과나무

 

안도현

모과나무는 한사코 서서 비를 맞는다

빗물이 어깨를 적시고 팔뚝을 적시고 아랫도리까지

번들거리며 흘러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비를 맞는다, 모과나무

저놈이 도대체 왜 저러나?

갈아입을 팬티도 없는 것이 무얼 믿고 저러나?

나는 처마 밑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모과나무, 그가 가늘디가는 가지 끝으로

푸른 모과 몇 개를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

끝까지, 바로 그것, 그 푸른 것만 아니었다면

그도 벌써 처마 밑으로 뛰어들어왔을 것이다

 

 

 

 

비닐우산 

 

정호승

 

오늘도 비를 맞으며 걷는 일보다 

바람에 뒤집히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끝내는 바람에 뒤집히다 못해 

빗길에 버려지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비 오는 날마다 

나는 하늘의 작은 가슴이므로 

그대 가슴에 연꽃 한 송이 피울 수 있으므로 

 

오늘도 바람에 뒤집히는 일보다 

빗길에 버려지는 일이 더 행복합니다

 

 

 

가을비 

 

박재삼

 

가을 아득한 들판을 바라보며 

시방 추적추적 비 내리는 광경을 

꼼짝없이 하염없이 또 덧없이 

받아들이네 

이러구러 사람은 늙은 것인가 

 

세상에는 별이 내리던 때도 많았고 

그것도 노곤하게 흐르는 봄볕이었다가 

여름날의 뜨거운 뙤약볕이었다가 

하늘이 높은 서늘한 가을 날씨로까지 

이어져 오던 것이 

오늘은 어느덧 가슴에 스미듯이 

옥타브도 낮게 흐르네 

 

어찌 보면 풀벌레 울음은 

땅에 제일 가깝게 가장 절절이 

슬픔을 먼저 읊조리고 가는 것 같고 

 

나는 무엇을 어떻게 노래할까나 

아, 그것이 막막한 

빈 가을 빈 들판에 비 내리네

 

 

 

 

겨울비 

 

정연복

 

지금 하늘이

울고 있다

 

이슬 같은 눈물 흘리며

소리 없이 울고 있다

 

왜 하늘이

울고 있을까  

 

무슨 까닭으로 

큰 하늘이 어린애처럼 눈물 흘릴까

 

나의 작은 머리로

하늘이 우는 뜻을 알 길 없지만

 

어쩌면 바로 

나 때문인지도 몰라.

 

사랑이 바싹 메마르고

눈물샘도 말라붙은

 

내 가슴을 촉촉이 적시려고

하늘이 우는 건지도 몰라

 

 

 

비오는 날

 

롱펠로우

 

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하여라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고,

허물어지는 벽에는 담쟁이 덩굴,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을 날려가네

날은 춥고, 쓸쓸하네

 

내 인생도 춥고, 어둡고, 쓸쓸하네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네

내 생각은 허물어지는 과거의 담벽에 붙어

불어오는 질풍에 젊음의 꿈을 날려 보냈네

날은 어둡고, 적막하네

 

슬픈 가슴이여, 조용하라!

불평은 그만하라!

먹구름 뒤에는 밝은 태양이 비치고 있다

그대의 운명도 예외는 아닌 것!

모든 사람의 운명에 얼마의 비는 내리는 것

인생이 어둡고 쓸쓸할 때도 있는 것!

 

 

 

비오는 날

 

천 양희

 

잠실 롯데백화점 계단을 오르면서

문득 괴테를 생각한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생각한다

베르테르가 그토록 사랑한 롯데가

백화점이 되어 있다

그 백화점에서 바겐세일하는 실크옷 한벌을 샀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친구의 승용차 소나타lll를 타면서

문득 베토벤을 생각한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을 생각한다

그가 그토록 사랑한 소나타가

자동차가 되어 있다

그 자동차로 강변을 달렸다

비가 오고 있었다 ...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얼굴을 묻은 여자

고흐의 그림 '슬픔'을 생각한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슬픔'이

어느새 내 슬픔이 되어 있다

그 슬픔으로 하루를 견뎠다

비가 오고 있었다...

 

 

 

 

여우비

 

이 선영

 

햇살인 줄만 알았던가

어떻게 햇살이기만 하겠는가

그대 다문 입가에 느닷없이 찬 빗방울 떨어질 때 고개 들어 샅샅이 바라보라

나 언제나 그대 눈과 손과 귓가에 가볍게 닿으려는

환한 햇살이지만

이 햇살엔 그대와 나를 적실 수 있는 위험한 비가 감춰져 있는 것을

 

 

 

 

장마

 

문인수

 

비는 하염없이 마당귀에 서서 머뭇거리고

툇마루에 앉아 있으니 습습하다

목깃 터는 비둘기 울음 습습하다

어둑신한 헛간냄새 습습하다

 

거미란 놈이 자꾸 길게 처져 내렷다

제 자리로 또 무겁게 기어 올라간다

두꺼비 한 마리가 느리게 가로질러 가는 ...

어머니 콩 볶으신다

비는 하염없이 마당귀에 서서 머뭇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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