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면 생각나는 여름시,여름시모음
여름이라고 할 만큼 요즘 날시 푹푹 찌네요. 교실에서는 벌써 에어콘을 틀고 수업하니
이번 여름엔 더 더울 것이라 생각나니 여름이 오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네요.
여름이 오면 생각나는 여름시,여름시모음
여름 /임영준
작열하는 태양이
축복으로 느껴진다면
만끽할 수 있다
세찬 장대비 속
환희를 안다면
누릴 자격이 있다
노출이 자랑스럽고
자연에 당당하다면
깊게 빠진 것이다
풀밭에 누워
별들과
어우러질 수 있다면
즐길줄 아는 청춘이다
쓸쓸한 여름 /나태주
챙이 넓은 여름 모자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그것도 빛깔이 새하얀 걸로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올해도 오동꽃은 피었다 지고
개구리 울음 소리 땅 속으로 다 자즈러들고
그대 만나지도 못한 채
또다시 여름은 와서
나만 혼자 집을 지키고 있소
집을 지키며 앓고 있소 *
여름날-마천에서/신경림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보다
차가 갑자기 분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
* 마천은 경남 산청군에 딸린 지리산 아래 마을이다.
* 신경림시집[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랜덤하우스
한여름 새벽에/박재삼
二十五坪 게딱지 집 안에서
三十 몇 度의 한더위를
이것들은 어떻게 지냈는가
내 새끼야, 내 새끼야
지금은 새벽 여섯 시
곤하게 떨어져
그 수다와 웃음을 어디 감추고
너희는 내게 자유로운
몇 그루 나무다
몇 덩이 바위다
여름밤 /이준관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여름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놓는구나
아들아, 세상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너는 밤새 물어라
저 별들이 아름다운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아들아, 가까이 오라
네 열 손가락에 달을 달아주마
달이 시들면
손가락을 펴서 하늘가에 달을 뿌려라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짧은 여름밤이 다 가기 전에 (그래,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
뜬눈으로
눈이 빨개지도록 아름다움을 보자 *
담쟁이 /목필균
누구냐
내 마음의 벽을 잡고 올라서는 너는
7월 태풍, 모진 비바람 속에도
허공을 잡고 올라서는 집착의 뿌리
아득히 떠내려간 내 젊음의 강물
쉼 없이 쌓여진 바람벽을 기어오르는
무성한 그리움의 잎새
어느새 시퍼렇게 물든 흔들림으로
마음을 점령해가는 네 따뜻한 손길 *
여름날 /김사인
풀들이 시드렁거드렁 자랍니다
제 오래비 시누 올케에다
시어미 당숙 조카 생질 두루 어우러져
여름 한낮 한가합니다
봉숭아 채송화 분꽃에 양아욱
산나리 고추가 핍니다
언니 아우 함께 핍니다
암탉은 고질고질한 병아리 두엇 데리고
동네 한 바퀴 의젓합니다
나도 삐약거리는 내 새끼 하나하고 그 속에 앉아
어쩌다 비 갠 여름 한나절
시드렁거드렁 그것들 봅니다
긴 듯도 해서 긴 듯도 해서 눈이 십니다 *
* 김사인시집[가만히 좋아하는]-창비
여름꽃/ 이문재
그대와 마주 서기는
그대 눈동자 바로 보기는
두렵고 또 두려운 일이어서
저기 뜨락에 핀 꽃
여름꽃을 보고 있다
어둠의 끝에서
몸을 활짝 열었던 아침꽃들
정오가 오기 전에
꽃잎으로 제 얼굴을 가리고
안으로 돌아가 있다
해를 바로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어려워서 여름꽃은
꽃잎을 모아 합장한다
여름꽃은 자기 안으로 들어가
해의 눈동자가 된다 *
비의 냄새 끝에는/이재무
여름비에는 냄새가 난다
들쩍지근한 참외 냄새 몰고 오는 비
멸치와 감자 우려낸 국물의
수제비 냄새 몰고 오는 비
옥수수기름 반지르르한
빈대떡 냄새 몰고 오는 비
김 펄펄 나는 순댓국밥 내음 몰고 오는 비
아카시아 밤꽃 내 흩뿌리는 비
청국장 냄새가 골목으로 번지고
갯비린내 물씬 풍기며 젖통 흔들며 그녀는 와서
그리움에 흠뻑 젖은 살 살짝 물었다 뱉는다
온종일 빈집 문간에 앉아 중얼중얼
누구도 알아듣지 못할 혼잣소리 내뱉다
신작로 너머 홀연 사라지는 하지(夏至)의 여자 *
여름 편지/한영옥
그해 여름 유난히 짱짱한 날이 있었다
그날 좋은 햇빛 속에 들어서서
대책 없는 우리 사이 두들겨 말리려고
회암사에 올라 흘린 땀 식히고 있을 때
마당 한쪽, 약수 물 동그랗게 고인 곁에
동자승 한 분도 동그랗게 웃어주었다
동자승 고운 얼굴 반쪽씩 나눠갖고
이 길, 그 길로 우리는 내달았다
이 길이 그땐 그토록 먼 길이었다
어느덧 그때처럼 또 여름이다
그쪽이여, 그 길엔 연일 비단길 꽃잎 날리는가
이쪽 이 길에도 잡풀 꽃 그럭저럭하고
올 여름 다행히 실하여 노을도 잘 흐르고
장단 맞추며 나도 이리 흥겨운 모양이니
기절한 우리 사이 가만히 내다 버리겠네
그토록 먼 길이었던 이 길로 오던 길에
흥건히 불어 빠졌던 발톱도 이젠 내다 버리겠네
그해 여름 그날, 가뭇없으라고 불어오는 밤바람
아득한 그쪽으로 그어진 능선 모조리 덮어가네. *
* 오광수엮음[시는 아름답다]-사과나무
수국/ 이문재
여름날은 혁혁하였다
오래 된 마음자리 마르자
꽃이 벙근다
꽃 속의 꽃들
꽃들 속의 꽃이 피어나자
꽃송이가 열린다
나무 전체 부풀어오른다
마음자리에서 마음들이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열엿새 달빛으로
저마다 길을 밝히며
마음들이 떠난다
떠난 자리에서
뿌리들이 정돈하고 있다
꽃은 빛의 그늘이다
여름 한때/조성국
가문 마당에
소낙비 온 뒤
붉은 지렁이 한 마리
안간힘 써 기어가는
일필휘지의 길
문득
길 끝난 자리
제 낮은 일생을
햇볕에 고슬고슬하게 말려
저보다 작은 목숨의 개미 떼
밥이 되고 있다
또 한여름/ 김종길
소나기 멎자
매미소리
젖은 뜰을
다시 적신다
비오다
멎고
매미소리
그쳤다 다시 일고
또 한여름
이렇게 지나가는가
소나기 소리
매미소리에
아직은 성한 귀
기울이며
또 한여름
이렇게 지나보내는가 *
칠팔월(七八月) /문태준
여름은 흐르는 물가가 좋아 그곳서 살아라
우는 천둥을, 줄렁줄렁하는 천둥을 그득그득 지고 가는 구름
누운 수풀더미 위를 축축한 배를 밀며 가는 물뱀
몸에 물을 가득 담고 있는, 불은 계곡물
새는 안개 자욱한 보슬비 속을 날아 물버들 가지 위엘 앉는다
물안개 더미같이, 물렁물렁한 어떤 것이 지나가느니
상중(喪中)에 있는 내게도 오늘 지나가느니
여름은 목 뒤에 크고 묵직한 물주머니를 차고 살아라
여름/최영철
쌈 싸 먹고 싶다
푸른색을 어쩌지 못해 발치에 흘리고 있는
잎사귀 뜯어
구름 모서리에 툭툭 털고
밥 한 숟갈
촘촘한 햇살에 비벼
씀바귀 얹고
땀방울 맺힌 나무 아래
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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